어떤 흔적은 감추고만 싶어져. 세상에 언제부턴가 존재한 것들로부터 짓눌리고 치이고 견뎌낸 흔적들. 보이지 않는다면 알아채지 못할 테니 목소리로 가리고 옷으로 두르고 웃음으로 숨기려고 오늘도 갖은 노력을 하지. 미치도록 소중해서 잃어버리면 안 돼서 그런것도 아니야. 그런 흔적이 눈에 띄면 사람들은 질문할거고 넌 더는 떠올리기 싫은데도 끄집어내야 하니까. 자칭...
한쪽에선 같다고 말해달라는 존재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다른 한쪽에선 다르다고 말해달라는 존재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그리고 그 광경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는 건 아득히 위에 선 존재도 만물을 초월한 존재도 아니더라. 고개를 올리면 보이는 빌라 옥상에 나란히 설치된 환기구 2개뿐. 같은 날 어느 공장에서 같은 틀에서 나와 어쩌다 보니 같이 있게 되어버...
사람을 자리로 비유한다면 머무르게 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운동 겸 동네 산책을 하러 돌아다니면 늘 중간에 위치한 놀이터에는 이런 장면이 있다고. 그래. 이 사진에 대해 이야기했을때가 떠오르네. 집이 아닌 공간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했던 너는 유독 좋아했던 공간의 사라짐에 민감했던 것 같아. 아. 식당도 아니었고 빵집도 아니었어. 나를 만나게 된 후로 자주 ...
검정에 대해 우린 무엇을 배웠지?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이 됩니다. 검정에 대해 우린 또 무엇을 배웠지? 합쳐진 빛을 제외하게 되면 검정이 됩니다. 남은 질문은 이제 하나. 질문을 하던 사람은 검정에 대한 질문이 아닌 한 사진을 내게 건넸다. 그럼 이건? 생각해보면 너는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역으로 너에게 질문하는걸 원했지. 관심에 대한...
사람들은 분명 너를 싫어한댔지. 나도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계속 피할 수만 있다면 좋을 거라 생각했지. 한 단어로만 이루어진 네가 사람들을 졸졸 따라다닌 건 언제부터일까. 잠시가 되었든 종일이 되었든 머무르는 시간이 언제고 공간이 어디라도 넌 사람들과 함께 해. 아니. 정확히 그 사람들의 등에 철썩 들러붙어 있지. 세상은 너를 향한 신조어를 쏟아내고 사...
만약의, 아주 만약의 그날, 아이가 기억을 각인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너를 만나지 못했고 이 자리에 같이 서지 못했을까? 불행만이 자신의 전부라 믿었던 존재가 위안을 받는 건 일반적으로 이런 식이겠지. 내가 선택한 존재는 뱀의 혀를 가진 짐승. 처음으로 눈을 떠 마주한 존재는 나의 죽음을 영원히 보게 한 악마. 아이 때 심장에서 적출한 사랑과 따스한 감정은 ...
목이 보이지 않는 그림자는 거대해 보인다는 이야기. 정말 그런 이야기는 믿지 않으려고 했는데. 해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네. By Self(셀프)
닿고 싶어서 올라간 그곳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었니.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마주하고 싶은 일들은 돌아갈 곳은 찾은 거니? 아득히 먼 시간 전의 존재들은 신에게 닿으려고 탑을 쌓았대. 지금을 살아가는 존재들에겐 사실 이렇게까지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아. 아주 작고도 사소한 것에 닿고 싶어서 시작한 행동이 하늘에 닿기 위해 끝을 모른 채 올라간 계단이 되어버...
어디를 향했고 무슨 사진을 촬영했는지 그게 화면 속 대화창이든 만나서 대화를 하든 너는 항상 빠짐없이 내게 이야기를 해주곤 했지. 이 두 장의 사진만 제외하고는. 네가 여행을 가기 몇 달 전 넌 네가 들고 다니는 휴대폰과 같은 기기와 외장하드를 테이블에 올려놓더니 이렇게 말했지. "네가 쓰는 휴대폰이네. 그리고 이건 경진대회 때 받은 외장하드잖아." "그나...
도망치고 달아나는 사람들이 문득 궁금해졌다. 외형도 색도 몇 명인지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채 뛰기만 바쁜 와중, 나는 그들의 뒤가 궁금해졌다. 나의 뒤를 지나치는 사람들이 무서운가. 그렇지 않다. 실마리를 모르는 미지를 접하는게 무서운가. 그렇지 않다. 생겨난 호기심에 만족하지 못할까 봐 무서운가. 그건 조금 두렵다. 무지한 상태로 마주한 이제 단 한 걸음...
앞만 보고 가야하는 차디찬 계절 속에서 안에 머무는 사람이 아닌 바깥으로 나온 사람만이 보게 되는 경치. 창문이 액자가 되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니까. By Self(셀프)
빛과 어둠은 공존한다는 이야기. 서로가 존재해야 서로를 증명하는 조건이 된다는 이야기. 그래. 이런 건 흔한 이야기일 거야. 다만 한 가지. 아니. 그 흔한 이야기가 적용될 수 없는 세상 속 단 하나. 지금도 세상 위를 걷는 존재들은 딱하게도 이 이야기에 해당하지 않는대. 아. 존재라고 하니까 이상하구나. 나는 인간과 사람이란 단어를 쓰지 않아. 그런 단어...
"이기적이거나. 자신이 되거나." 반갑습니다. 현실의 흔적을 담아내는 셀프(Self)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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