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마주하는 길 중 가장 힘든 길이라고 생각되는 건 교차로라고 생각돼. 기다리던 결과와 사람들을 만날 거라 기대를 품고 달려왔지만 굳게 믿음을 가졌던 길은 교차로가 나오는 순간 의미를 잃어버리지. "오. 나의, 나의 길이여." "그것은 고작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길과 동일했던 것입니까!" 분명 선택지가 많아지면 행복의 조건이라 믿었던 때가 있었는데 ...
하늘이 온전히 어스름해지기 전 남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당신은 본 적이 있을까? 햇빛과 함께 사람들은 열정을 불태웠고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 건물 밖으로 나오면 그때의 하늘은 지니고 있던 마지막 열기인 노을을 보여주고 있겠지. 그리고 거기에서 조금 더. 열기를 거둬낸 짙은 푸름만이 채워지는 시간. 내려놓지 못한 게 남았다면 두고 가도 될거야. 곧 어둠이 내...
기억과 상처라고 불리는 땅에 쳐박힌 육체의 등을 발판 삼아 오르는 그것을 감정이라고 한다면 감정의 형태는 존재하지 말아야 할 것처럼 보일 뿐이겠지. 생각이 달라지면 된다고 해석이 달라지면 된다고 나에게도 감정을 저렇게 느꼈던 시간이 있었을 텐데 너에게 단순하게만 말했던 사람들 중 내가 있었을까? 감정을 연기로 마주하기 전 너라면 이 사진의 제목을 뭐라고 지...
눈 앞에 세워진 벽이 자기 몸 색과 같은 걸 아는지 새는 어떤 경계심도 없이 근처 줄 위에 서서 거기에서 자라난 열매를 아무렇지 않게 먹기 시작했다. 저런, 바로 옆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은 일절 관심도 없는 존재가 있을 줄이야. 주문한게 나올 때까지도 식사중인 새를 촬영하며 문득 같은 감각을 느꼈다. '너도 지독하리만치 관심이 없구나.' '사람들은 많이...
사람에게 커피라는 건 화분에 주는 물과 같은 것일까. 아닐걸. 사람은 식물보다 먹어야 할 게 많으니까. 아닐걸. 커피는 성분 때문에 많이 먹으면 오히려 좋지 않아. 아닐걸. 사람은 식물처럼 물을 먹어서 단단해지고 열매를 맺고 꽃도 피우지 않는다고. 아닐걸. 사실, 식물에 물은 생존에 필수겠지만 사람에게는 아닐 거야. 아닐거야. 화분 안에 식물은 그 자리에 ...
남색 잔은 촬영하기가 어렵다. 촬영 시 색채가 조금이라도 어긋나거나 주변 밝기를 신경 쓰지 않으면 남색은 그새 다른 색으로 사진 안에 담긴다. 세상에 칠해진 수많은 색들 중 하나인데도 보라색과 더불어 가장 촬영하기 까다로운 색 중 하나다. 누군가는 남색을 외로움의 색이라 했지. 남색 잉크가 물에 한 방울씩 떨어져 퍼지는 건 나름 아름다워 보이지만 물이 남색...
우리의 키 차이는 사진 속 두 기둥과 같았다. '그래. 네가 나보다 좀 더 컸을 거야.' 생각해보면 우린 반대인 면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내가 사는 곳은 서쪽이었고, 네가 사는 곳은 동쪽인 것처럼. 머리가 헝클어지는 게 싫어서 바람이 세게 불면 도중에 멈추고 모자조차 쓰지 않는 나와는 달리 너는 머리 스타일이 어떻든 모자를 즐겨 쓰고 바람에 머리가 휘날려...
온기를 담아내는 접시는 금이 가거나 부서지거나 얼룩도 묻어있지 않더라. 믈론 그렇게 되면 우리가 느끼게 되는 건 온기가 아니라 열기가 될 테니까. 사람의 손은 부르트기도 하고 굳은살이 박히고 주름지기도 하지만 온기를 전하는 데는 어떠한 문제도 없지. 다만 이제는 기억이 잘 안 나. 서로의 손이 닿는 감각이란 건 그림에서나 볼 수 있지. 내가 전하고 싶은 온...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고 해서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지. 이건 흔하게 알고 있는 것에서 제시되는 두 번째 예시. 검게 인상을 쓴 구름을 들추면 잊고 있던 푸름이 모습을 드러내지. 모래성에 숨긴 무언가를 기대하듯 사라진 게 아니라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야. 어떤 날씨에서도 틈새를 찾게 되기를. By Self(셀프)
글을 작성하기 위해 촬영하는 사진인가. 사진에 이야기를 더하려고 작성되는 글인가. 각자 다른 두 가지 의문이 서로의 꼬리를 물며 빙빙 돌지. 그 부분에 대해선 나도 고민을 안 한 건 아니었어. 그저 그림 한 장에 15줄이 넘는 글이 들어간 마치 옛날 그림책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게 나를 드러낸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내 사진과...
고백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의자를 놓는 행동 같아. 의자는 앉아달라고 들고 있지 않아도 그저 놓여 있으면 저절로 앉게 될 테니까. 당신이 앉기를 원하는 존재가 당신과 함께할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지.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아줘. 당신은 상대에 마음을 여러번 읽어냈고 고백이란 단어로 표현하게 되었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정해져 있었잖아? '당신은 지닌...
녹음이 그리고 내가 기록했던 사진들을 지금까지 감상했다면 내 이름은 다들 알고 있을 거야. 그래도 다시 작성하자면... 내 이름은 학이야. 아. 이름이 한 글자인 건 아니야. 세상에 발을 디딘 존재들처럼 세글자가 전부 있긴 했었지. 가정폭력으로 인해 살아남는 것만이 목적이 된 아이가 필요없는 단어를 적출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이름도 포함됐을 뿐이니까. 부모가...
"이기적이거나. 자신이 되거나." 반갑습니다. 현실의 흔적을 담아내는 셀프(Self)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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