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녹음. 5년 가까이 학이가 겪은 환각과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존재이자 학이가 현실을 떠난 후로는 2년 가까이 셀프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학이가 가장 오랫동안 만난 사람이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했던 학이의 바람을 들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이렇게 작성은 했지만 학이가 닿고자 ...
아무리 강한 마음을 지닌다 해도 사라질 것은 사라지게 될 뿐이다. 우리가 눈으로 마주하는 전부가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 확신하면 단 한 발자국조차 세상에 디디기 어려울 것임을 알기에. 그렇기에 너는 사진을 촬영했지. 시간을 간직하기 위해서. 세상이 가진 시간에 저항일까. 자신의 생명도 믿지 못하기에 빛이 꺼지기 전 발버둥이었을까. 분명 네가 가졌던 도구로 현...
큰 화면에서는 세상이 머지않아 멸망하게 될 거라는 소식을 풀어내고 고요해야 할 아침은 죽음에 대한 열거로 분주하다. 시간이 준 숫자를 남용해 세상에 불을 지르는 존재들과 우리가 닿을 수 없는 공간에선 개집끼리 싸우는 걸 즐긴다. 사랑을 품으려고 했던 건 정해져 있다는 듯 머지않아 불손한 일이 터지고 사랑하고 좋아하며 즐겼던 것들은 이름마저 사라진다. 학이는...
네게 3이라는 숫자는 닿을 수 없는 장소와 같았다. 이지선다형 인간. 이건 내가 만들어낸 이론 중 하나로 이중인격이 아닌 이지선다로 작성한 것은 이 사람들에겐 인생의 어떤 선택이든 선택지가 두 개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작성하자면 하거나, 하지 않거나.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거나. 자신을 위로하거나, 자신을 내몰거나. 이런 정도겠지. 극단적인게 아니냐는 ...
비가 오고 나서야 마주할 수 있는 건너편... 인 줄 알았는데. 눈이 온 후에도 건녀편은 모습을 드러내더라. 그곳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우리에겐 위인 풍경을 아래에 보여주는 것. 어른들에겐 피해 가야 할 자리, 아이들에겐 작은 놀이터가 되어 주지. 오직 움직임으로 파동으로 전할 수는 있지만 답장은 오지 않는 곳이지. 그저 넘실거리는 풍경을 우리에게 보여줄...
이 문을 나가면 그토록 간절히 기다린 무언가를 볼 수 있게 돼. 다만 돌아갈 수 없을 거야. 닫힌 문에서 빛이 비춘다는 건 분명 문밖에 누군가 머문다는 것을 뜻하겠지만... 그게 누구인지 무엇인지 아무도 대답할 수 없거든. - 녹음 비행기를 타보지 않았다면 광채가 내려오는 구름 위를 그저 상상할 수 밖에 없겠지. 그 풍경은 같은 하늘인데도 현실과 전혀 다른...
같은 자리임에도 늘 늦게 피어나던 너는 낮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을 지나치던 나를 밤이 되고 나서야 멈춰 세웠다. 계절을 잊은 존재의 손을 잡은 건 화원이 아닌 항상 늦게 피어나는 자리에 머무는 꽃 한그루. 봄이 곁에 있었다는 걸 어째서 그 끝에 다다라서야 알고 마는 것일까. By Self(셀프)
기다림의 목적이 무엇이 되더라도 우리는 각자의 반짝임을 드러내며 그 순간에 머물렀지. 기다림이 끝나면 결국 자신이 가던 길로 다들 나아가겠지만 언제 나타나고 사라질지 모를 정류장처럼 기다림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분명히 존재했을 거야. 이렇게 말하고 나니 기다림이 마치 관계의 축소판 같네. By Self(셀프)
눈에 보이는 걸 사라지게도 하고 눈의 각도로 쫓을 수 없는 것을 나타나게 한다. 내가 너에게 대비 사진을 촬영하는 이유를 물어봤을 때 기억나는 대답 중 하나야. 처음에는 그저 기록하고 싶은 부분만을 촬영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어느덧 너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재단하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지. 아. 오해할까 봐 적어두지만 재단사에 그 재단을 ...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될 거야. 그래. 이 문장은 다들 익숙할 거야. 상대에게 건네는 어쩌면 가장 쉬운 위로 중 하나일 테니까. 시간이 인간의 일을 해결할 능력을 지닌 것도 아니고 그 말을 들은 존재는 당장 내일이라도 마주한 일이 해결되기를 원하겠지. 분명 다른 조언을 해달라며 따지겠지만 문장을 말한 존재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해. "미안. 당신...
세상에서 마주하는 길 중 가장 힘든 길이라고 생각되는 건 교차로라고 생각돼. 기다리던 결과와 사람들을 만날 거라 기대를 품고 달려왔지만 굳게 믿음을 가졌던 길은 교차로가 나오는 순간 의미를 잃어버리지. "오. 나의, 나의 길이여." "그것은 고작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길과 동일했던 것입니까!" 분명 선택지가 많아지면 행복의 조건이라 믿었던 때가 있었는데 ...
하늘이 온전히 어스름해지기 전 남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당신은 본 적이 있을까? 햇빛과 함께 사람들은 열정을 불태웠고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 건물 밖으로 나오면 그때의 하늘은 지니고 있던 마지막 열기인 노을을 보여주고 있겠지. 그리고 거기에서 조금 더. 열기를 거둬낸 짙은 푸름만이 채워지는 시간. 내려놓지 못한 게 남았다면 두고 가도 될거야. 곧 어둠이 내...
"이기적이거나. 자신이 되거나." 반갑습니다. 현실의 흔적을 담아내는 셀프(Self)라고 합니다.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