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것만 촬영할 수 있을까. 특별한 장소로 향하거나. 누구보다 빠르게 촬영지로 향하거나. 때론 아슬아슬하게 이뤄진 풍경에 자신을 던지거나. 아쉽지만 학이에게 이 선택지들은 정답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저 전구를 촬영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주변의 밝기를 낮췄던 너는 어느덧 촬영하는 사진 모두 대비를 표현하고 있었다. 빛이 좋은 걸까. 그림자가 좋은 걸...
닿아라. 단 하나의 이치를 깨닫게 되면 자신을 가로막았던 모든 것을 관통해 한 곳에 이르리라. 그것은 장소인가. 그것은 공간인가. 아니.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선이 앞에 있으리. 탄생과 죽음을 거쳐 간 자만이 이곳에 오게 되리라. 채색되지 않은 그림 안에서 검은 선과 흰 여백으로만 채워진 공간에서 당신은 세상이란 걸 내려다 보게 되겠지. 보게 될 거야. 머...
내 이름은 녹음. 5년 가까이 학이가 겪은 환각과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존재이자 학이가 현실을 떠난 후로는 2년 가까이 셀프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학이가 가장 오랫동안 만난 사람이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했던 학이의 바람을 들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이렇게 작성은 했지만 학이가 닿고자 ...
아무리 강한 마음을 지닌다 해도 사라질 것은 사라지게 될 뿐이다. 우리가 눈으로 마주하는 전부가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 확신하면 단 한 발자국조차 세상에 디디기 어려울 것임을 알기에. 그렇기에 너는 사진을 촬영했지. 시간을 간직하기 위해서. 세상이 가진 시간에 저항일까. 자신의 생명도 믿지 못하기에 빛이 꺼지기 전 발버둥이었을까. 분명 네가 가졌던 도구로 현...
큰 화면에서는 세상이 머지않아 멸망하게 될 거라는 소식을 풀어내고 고요해야 할 아침은 죽음에 대한 열거로 분주하다. 시간이 준 숫자를 남용해 세상에 불을 지르는 존재들과 우리가 닿을 수 없는 공간에선 개집끼리 싸우는 걸 즐긴다. 사랑을 품으려고 했던 건 정해져 있다는 듯 머지않아 불손한 일이 터지고 사랑하고 좋아하며 즐겼던 것들은 이름마저 사라진다. 학이는...
네게 3이라는 숫자는 닿을 수 없는 장소와 같았다. 이지선다형 인간. 이건 내가 만들어낸 이론 중 하나로 이중인격이 아닌 이지선다로 작성한 것은 이 사람들에겐 인생의 어떤 선택이든 선택지가 두 개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작성하자면 하거나, 하지 않거나.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거나. 자신을 위로하거나, 자신을 내몰거나. 이런 정도겠지. 극단적인게 아니냐는 ...
비가 오고 나서야 마주할 수 있는 건너편... 인 줄 알았는데. 눈이 온 후에도 건녀편은 모습을 드러내더라. 그곳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우리에겐 위인 풍경을 아래에 보여주는 것. 어른들에겐 피해 가야 할 자리, 아이들에겐 작은 놀이터가 되어 주지. 오직 움직임으로 파동으로 전할 수는 있지만 답장은 오지 않는 곳이지. 그저 넘실거리는 풍경을 우리에게 보여줄...
이 문을 나가면 그토록 간절히 기다린 무언가를 볼 수 있게 돼. 다만 돌아갈 수 없을 거야. 닫힌 문에서 빛이 비춘다는 건 분명 문밖에 누군가 머문다는 것을 뜻하겠지만... 그게 누구인지 무엇인지 아무도 대답할 수 없거든. - 녹음 비행기를 타보지 않았다면 광채가 내려오는 구름 위를 그저 상상할 수 밖에 없겠지. 그 풍경은 같은 하늘인데도 현실과 전혀 다른...
같은 자리임에도 늘 늦게 피어나던 너는 낮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을 지나치던 나를 밤이 되고 나서야 멈춰 세웠다. 계절을 잊은 존재의 손을 잡은 건 화원이 아닌 항상 늦게 피어나는 자리에 머무는 꽃 한그루. 봄이 곁에 있었다는 걸 어째서 그 끝에 다다라서야 알고 마는 것일까. By Self(셀프)
기다림의 목적이 무엇이 되더라도 우리는 각자의 반짝임을 드러내며 그 순간에 머물렀지. 기다림이 끝나면 결국 자신이 가던 길로 다들 나아가겠지만 언제 나타나고 사라질지 모를 정류장처럼 기다림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분명히 존재했을 거야. 이렇게 말하고 나니 기다림이 마치 관계의 축소판 같네. By Self(셀프)
눈에 보이는 걸 사라지게도 하고 눈의 각도로 쫓을 수 없는 것을 나타나게 한다. 내가 너에게 대비 사진을 촬영하는 이유를 물어봤을 때 기억나는 대답 중 하나야. 처음에는 그저 기록하고 싶은 부분만을 촬영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어느덧 너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재단하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지. 아. 오해할까 봐 적어두지만 재단사에 그 재단을 ...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될 거야. 그래. 이 문장은 다들 익숙할 거야. 상대에게 건네는 어쩌면 가장 쉬운 위로 중 하나일 테니까. 시간이 인간의 일을 해결할 능력을 지닌 것도 아니고 그 말을 들은 존재는 당장 내일이라도 마주한 일이 해결되기를 원하겠지. 분명 다른 조언을 해달라며 따지겠지만 문장을 말한 존재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해. "미안. 당신...
"이기적이거나. 자신이 되거나." 반갑습니다. 현실의 흔적을 담아내는 셀프(Self)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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