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아무렇지 않게 문인척 하는구나. By Self(셀프)
다가가고 싶은데 손은 내밀지 못 해. 먼저 말을 해야 하지만 준비가 안 되면 할 수 없어. 내 앞에서 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해주더라도 나는 정작 네 앞에서 굳어버리지. 타인의 말을 들어주고 이에 대한 조언으로 대화를 이어가는게 뿌리처럼 박혀버린 내게는 먼저 표현한다는 건 낯설기만 했어. 너는 이런 나를 바꾸기 위해 몇 년에 걸쳐 여러 가지 시도를 하긴 ...
어느 밤, 자신을 두른 어둠과 이불 하나, 손전등 한 개면 놀이가 되는 순간이 있었다. 다른 존재들이 보기에 그저 솟아오른 이불 안에서 손가락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놀이를 즐긴다. 어른들이 깰까 작게 키득거리며 손을 통해 나타난 그림자를 돈키호테의 말 삼아 모험을 떠난다. 빛이 뭐고 그림자는 뭔지 이불 속 존재에게는 이야기의 도구일 뿐, 어떤 의미를 가져다 ...
이거 봐. 얼굴이야. 각지고 같은 모습으로만 남아야 하는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표정이지. 언제부터 생긴 지 모를 얼룩에 금에 버려진 매트까지. 참 절묘한 웃는 얼굴이네. 바닥만 보더라도 부딪힐 일 없는 골목에서 얼굴을 기록했어. 화면 속 얼굴이 그림에 그려진 얼굴이 세상의 얼굴보다 익숙해서 이렇게라도 안 하면 잊어버릴 것 같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눴던 게...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 한 곳이라도 있다면 그건 사람이 사는 흔적이 된다. 오래 전 이런 말을 들어 본 것 같은데 이 문장이 맞는지는 모르겠어. 이제 특정한 곳이 아니면 굴뚝에 연기도 아니 굴뚝조차 보기 힘든 지금은 말이지. 아. 물론 연기는 여전히 볼 수 있긴 해. 굴뚝이 아니라 건물로 바뀌어버린 게 사람들에겐 익숙할 테니. 사람들이 살던 건물에...
높이는 조건에 해당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지. 위를 바라보는 존재나 아래를 바라보던 존재나 그저 서로의 유무를 확인하고는 달려나가던 그 순간들이. 존재와 존재 사이의 평지는 없다고 어떤 미친 학자가 주장하기 전까진. 휘갈겨 쓴 글 중 한 줄 만으로 존재들은 그들 사이의 층계를 만들더라. 높이는 어느새 이름만 지닌 장식이 됐고 존재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조...
저기. 존재들에게 듣는 질문 중 어떤 주제가 가장 답하기 어려워? 정규직? 진로려나. 아. 직장에 대한 주제구나. 결혼. 독립. 대학. 선택인가. 아. 나이에 대한 주제구나. 집. 면허. 브랜드. 지니고 있어야 하는 거야. 아. 가져야 하는 거구나. 왜 제대로 추측하는 게 없냐고? 당연하지. 나는 모습이니까. 생명을 가지고 형체를 가진 당신들과 정반대인. ...
새해가 되기 하루 전,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가장 높은 언덕으로 향하지. 언제 집을 나서고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는 사실 매년 하는 행동이라서 그들에겐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아. 절대로 말해서는 안되는 소원을 지닌 각각의 사람들이 모두 언덕을 향해 올라간다는 행위는 참 경이롭지. 새해 첫날에 해를 화면으로 보는 게 익숙한 내게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풍경이야...
그림자의 좋은 점은 자신의 시야로 보지 못하던 부분들을 어딘가에서 빛을 통해 비춘다는 것. 빛만 근처에 주어진다면 건물의 벽은 모두 자신만의 흰 종이가 되지. 어둠이 내리면 손전등 하나로 이불 안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처럼 너에겐 빛이 내리면 마주하는 현실의 풍경이 유일한 도구이자 즐거움이겠지. 자신이 변하지 않는 어둠이더라도 응원하는 관객 하나 없이도 매일...
겨울의 햇빛은 설원처럼 하얗다. 이상하다. 늘 보던 햇빛인데 유독 겨울에만 흰빛이 강해 보이는 걸까. 바다는 아니어도 눈 앞에 강이 보이는 시야. 예전부터 있었을 벤치에 앉아 나름의 일광욕을 즐겨본다. 몸에 둘둘 둘러맨 장비같은 겨울옷은 신경쓰지 않은 채. 따뜻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잊어버리게 해줘. 눈이 쌓이면 그 밑에 뭐가 있는지 누구도 모르는 것처럼. ...
성화와 같은 부모의 잔소리라는 문장도 성화라는 단어를 쓰지만 사진에서 쓰고 싶은 성화는 그런 의미가 아니어서 말이야. 올림픽 전 시작하는 성화 봉송이란 문장에 성화라는 단어를 쓰려고 해. 올림픽이 아니라면 성화를 들 일도 사실 한 번이라도 잡을 일이 있을까 싶다만 성화의 의미를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존재들에게 주는 횃불이라 생각한다면 어떠려나. 도시는 삭막해...
빛이 없는 숲속의 밤은 어떤 색들도 자취를 감추지. 숲을 가득히 채우는 나뭇잎의 녹색도 밤에 어둠 앞에서는 눈을 감아. 짙은 남색을 닮은 검은색이 숲에 머무는 모두를 재우자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 초록빛. 홀연히 나타난 반딧불 여럿은 이 상황이 익숙한 듯 숲속의 밤을 아무렇지 않게 날고 돌며 모험하지. 숲의 밤을 돌아다니던 너희는 이제 없겠지만 너희들이 가진...
"이기적이거나. 자신이 되거나." 반갑습니다. 현실의 흔적을 담아내는 셀프(Self)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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