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간에 이름을 기억해주는 행위가 무슨 의미라도 있는 걸까? 유리창으로 비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너는 눈길도 주지 않겠지. 낮에도 조명이 꺼진 회색 공간, 파이고 파이다 겨우 일부분만 남은 바닥 타일, 이제 열어줄 사람이 없는 문은 어쩌면 고장 나버렸을지도 모르지. 자신을 버려졌다고 여기며 온기 한 점 없는 바람만 너의 안을 드나들어. 그게 너의 한숨일...
언제부터일까. 우리가 멀어지게 된 대화의 시작은. 이제 혼자가 된 내가 예측하자면 네 눈 안에 형체가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을 때일 거야. 첫 직장에서 대표가 주지 않던 퇴직금을 받기 위해 너는 법적 절차를 밟아나가던 와중이었지. 사람에 대한 기억들이 역류해 분출하는 감각이 느껴진다는 말을 우리의 대화에서 자주 꺼낸 것 같아. 침묵으로 이뤄진 싸움을 해오던...
품에서 놓을 생각 없는 손보다 큰 조약돌을 지닌 존재들에게. 음. 이제 전화기라고 부르지도 않잖아. 연락수단이라기 보단 흥밋거리가 된 지 오래려나. 연락처는 간판에 작성된 번호처럼 의미가 사라졌지. 메신저에 머무는 이름 중 넌 몇 명이나 기억하고 있을까. 자판을 두들기며 조금이나마 대화라는걸 이어가려고 했던 건 몇 개월, 아니 몇 년 전이었던가. 받으려나 ...
건물들이 보여주는 익숙한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다 마주한 새로운 무언가. 익숙하지 않은 형체의 출현에 당신은 그 장소 앞을 서성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 '언제 이런 곳이 생겼더라?' '이곳에 여긴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아깝다. 곧 오픈하는 것 같은데. 내가 사는 곳에는 무리겠지.' '다른 좋은 곳도 많을 텐데 굳이 여기에?' 만약 마지막 생...
이 사진의 이름이 돌 + 무지개가 아닌 건 돌이라고 해서 무지개를 비추는 공간이 되지 못할 거란 생각에 대한 일종의 규칙 깨트리기 전략으로 생각해주면 좋을 듯해. By Self(셀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는 문장을 마주한 적 있으려나. 이제 사건이 시작될 거란 예고가 되는 장면에서. 누군가의 권유로 낯선 곳에 처음으로 본 존재가 내게 하는 대화. 결과의 선악과 관계없이 그저 먼저 앉은 존재가 문장과 함께 손을 내미는 화면. 이 문장이 입 밖으로 나오게 되면 이야기의 주인공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할 거라는 걸 화면 밖 우리는 너...
사진을 찍는 행동을 넌 현실의 흔적을 기록하는 거라 정의했지. 사람도, 공간도, 순간도 결국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고 말하며. 내가 사진에 대해 질문하면 듣는 대답이니 익숙하지. 그러다 떠오른 아주 작은 질문을 너에게 던졌을 때. 그 표정을 난 아직 잊지 못하겠어. "너는 흔적을 기록한다고 했지." "그럼... 그걸 기록하는 사람도 흔적에 포함되는 거야?" ...
잠시 헤어짐의 순간을 지나 이별의 순간까지도 인사를 건넨 상대가 뒤를 돌아 사람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빙긋이 웃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고. 자신을 스쳐 간 사람들에 대해 대화를 나눴을 때 그게 너의 대답이었지. "슬픔은 항상 뒤늦게 찾아오거든." "감정을 숨기는 건 전부터 익숙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작동한다고 해야 할까." "좋은 사람들과의 이별은 ...
밤을 안내하는 역할이란건 도시의 신호등만 주어진 역할이 아닌가 보다. By Self(셀프)
존재의 빈자리를 채우는 건 빛 한줄기와 누군가의 기억이 담긴 잔. 그거면 충분해. By Self(셀프)
우린 서로가 등을 기대면서도 약속한 듯 질문하지 않았던 것 같아. 내가 고개를 돌리면 너도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만 얼굴의 윤곽만을 보이게 한 채 내겐 살짝 입꼬리를 올려 보였지. 그걸로 나는 안심했고 마치 너를 단단한 벽처럼 느꼈을 거야. 너는 나를 무엇으로 생각했는지 들어보지 못했지만. 어느 날 나는 잠이 들었고 깨게 된 건 등이 바닥에 닿는 감각 때...
"부탁이야. 돌아갈 수 있어." "지금은 아니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그 순간처럼!" "언제가 되더라도 기다릴 수 있다며...?" 공간이 되든 사람이 되든 함께할 때 자리 그대로 머물며 남아주기를 기대하는 건 잠시 쉬기 위해 조명 위에 선 새에게 기다려달라는 부탁과 같지 않을까. 한 사람만을 위해 준비된 파수꾼, 그런 건 없어. By Self(셀프)
"이기적이거나. 자신이 되거나." 반갑습니다. 현실의 흔적을 담아내는 셀프(Self)라고 합니다.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